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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존슨 가족의 기묘한 일" 리뷰 - 우리가 외면해온 가족의 어두운 그림자

by youjamong 2025. 5. 26.

1. 요약

"존슨 가족의 기묘한 일(The Strange Thing About the Hohnsons, 2011)"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29분짜리 단편 영화로,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파격적으로 다룹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가족 질서와 금기,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의 전복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정면으로 질문합니다. 잔혹하지만 강렬하며, 불편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2. 서론

가족은 보통 '사랑과 보호의 상진'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하지 못한 폭력과 침묵, 금기된 진실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단편 "존슨 가족의 기묘한 일"은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않는 그 민감한 주제를 파고들며, 관객을 극도로 불편함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충격을 넘어서, 사회적 통념과 관습, 그리고 '가족'이라는 제도 안에서 묵인되는 폭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정상가족은 실제로 얼마나 건강한가, 혹은 그 안에 숨겨진 '기묘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영화는 그러한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고 있습니다.
 

3. 본론

<피해자와 가해자, 뒤바뀐 구조>
영화는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들이 아버지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설정 자체만으로도 관객은 큰 충격을 받게 되며,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구도가 관객의 심리적 저항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그 충격은 단지 설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그 사실을 오랫동안 숨긴 채 살아가고,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합니다. 이때 영화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가족 내 권력과 침묵의 공모라는 구조적 폭력을 보여줍니다.
 
<불편함의 미학>
아레 애스터 감독은 후속 장편작 "유전(Hereditary)", "미드소마(Midsommar)"를 통해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단편에서도 그는 공포의 외형을 빌리지 않고, 일상 속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깊은 불안을 조성합니다.
 
배경은 평범한 미국 가정집이고, 인물들의 외모나 대사는 전형적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습니다. 감독은 정적인 카메라워크와 절제된 음악, 차가운 색감으로 영화 전반에 불편한 정서를 쌓아 올립니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아버지가 목욕 중인 장면에서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 그리고 아버지가 자필 회고록을 작성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들은 말보다 표정, 행동, 정적으로 통해 공포를 전달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가족이라는 안전지대에 대한 질문>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가족이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족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받는 공간이지만, 영화는 오히려 그 폐쇄성과 권위가 폭력의 은폐를 돕는다고 말합니다.
 
가족은 때로 '침묵의 교칙'을 강요하고, 피해자는 그 안에서 더 깊은 고통을 겪습니다. 어머니의 침묵은 그 자체로 공범의 역할을 하며, 아버지의 무력감은 권위의 붕괴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영화는 한 가족의 붕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 여겨온 가족관의 허상을 파헤칩니다.
 

4. 결론

"존슨 가족의 기묘한 일"은 결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믿어왔던 가치, '가족은 안전하다', '부모는 보호자다', '자녀는 순수하다'는 통념을 이 영화는 처절하게 부숩니다.
 
2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 인간의 심리와 한 가정의 해체,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구조적 폭력을 매우 밀도 있게 담아냅니다. 감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전적인 이 작품은, 영화를 통해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중요한 경험을 제공합니다.